단장대교에 올라, 단수이와 바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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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소개

나른한 오후, 훙마오청(紅毛城)으로 향해요. 단수이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품은 건축물 앞에 서서,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단장대교를 아득히 바라보지요. 이어 발길이 닿은 곳은 후웨이 포대(滬尾礮臺)예요. 단수이를 지켜낸 치열한 역사의 공기가 이곳에 고스란히 흐르고 있어요. 인근의 클라우드 게이트 극장(雲門劇場)은 단장대교 설계에 깊은 영감을 준 원천이에요. 대교가 그리는 유려하고 우아한 선율은 마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수가 허공을 향해 역동적으로 몸을 펼쳐내는 눈부신 몸짓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어요.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단장대교를 유유히 가로질러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교탑과 아스라히 펼쳐진 강과 바다, 그 장엄한 풍경이 두 눈 가득 밀려오지요. 다리를 건너 바리(八里)에 발을 디디면, 푸르른 와쯔웨이(挖子尾)의 습지 생태가 다정하게 여행자를 반겨준답니다. 여정의 끝은 단연 바리 좌안(八里左岸)이에요. 하나둘 반짝이는 불빛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벗 삼아, 황홀하게 물드는 단수이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음미해 보아요.

단수이에서 4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훙마오청은 이 지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역사적 랜드마크예요. 붉은 벽돌이 자아내는 고풍스러운 외벽 아래로 여러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며, 이 오래된 요새가 감내해야 했던 파란만장한 세월을 조용히 속삭여주지요. 그 전신은 1628년 스페인 사람들이 세운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으로, 1644년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근에 재건하며 안토니오(Antonio) 요새라 이름 붙였어요. 단지 구역 안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네덜란드와 스페인 시대, 청나라 통치기,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이 한데 아우러진 대만의 살아 숨 쉬는 역사를 온몸으로 마주하게 돼요.

1860년 대만이 개항의 길을 맞이하면서 단수이는 점차 중요한 국제 무역항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어요. 이어 1867년, 영국이 훙마오청을 임차해 영사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옆으로 고풍스럽고 우아한 영사관저를 나란히 세웠지요. 영사관저를 감싸 안은 아치형 회랑을 고즈넉이 거닐며 단수이강 하구 쪽을 지그시 바라보아요.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옛 성채와 이제 막 날개를 편 단장대교가 한 폭의 그림처럼 마주하는 경이로운 순간, 과거와 현재가 눈부시게 교차하는 단수이만의 낭만적인 풍경이 두 눈 가득 밀려와요.


후웨이 예술문화 휴양단지 옆의 작은 구릉은 단수이 우후강(五虎崗)의 첫 번째 언덕이에요. 예로부터 단수이강 하구를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였고, 단수이를 지키는 후웨이 포대가 바로 이곳에 자리하지요. 청불전쟁(淸法戰爭)이 끝난 뒤 청 조정은 대만의 해안 방어를 강화하려고 펑후(澎湖), 지룽(基隆), 단수이, 안핑(安平), 치허우(旗後) 등 다섯 항구에 포대 열 곳을 세우기로 했는데, 후웨이 포대도 그중 하나예요.


후웨이 포대는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며, 단수이강 하구를 지키는 요충지에 앉아 있어요. 입구에 높다랗게 내걸린 편액은 당시 대만 순무였던 류밍촨(劉銘傳)이 손수 쓴 ‘북문쇄약(北門鎖鑰)’이에요. 포대 안으로 들어서면 병영과 포좌, 암스트롱 대포 복제품이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기세를 뿜어내요. 예전에는 이곳에서 단수이강 하구와 관두(關渡) 일대를 곧바로 굽어볼 수 있었고, 지금은 나무에 가려 있어도 관음산의 웅장한 자태만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어요.


2008년, 무정한 큰불이 바리에 있던 대만 클라우드 게이트의 연습장을 집어삼켰어요. 그러나 이 이름난 현대무용단은 여기서 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신베이시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을 맞잡은 끝에, 클라우드 게이트는 중앙방송국(中央廣播電臺) 단수이 분소 옛터에 새로운 클라우드 게이트 극장을 지어 2015년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섰어요.

클라우드 게이트 극장은 연둣빛 유리 커튼월에 둘레의 숲을 비추며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살아가요. 구역 안에는 조각가 주밍(朱銘)의 작품도 여러 점 놓여 있어, ‘인간 시리즈’ 조각상과 함께 극장과 단장대교를 감상해 보세요. 단장대교의 설계팀 역시 단수이에 뿌리내린 이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영감을 얻어,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수의 물 흐르듯 유연한 몸짓을 다리의 언어로 옮겨 냈어요.


단장대교 주탑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사장 케이블은 우아한 곡선과 어우러져, 마치 무용수가 밤빛 속에서 몸을 펼치는 듯해요. 그래서 얻은 것이 ‘고요한 무용수’라는 시적인 이름이지요. 5월 9일 개통식에서 클라우드 게이트는 이 다리를 위해 특별히 창작한 작품 ‘체인 오브 라이트(光鏈)’를 처음 선보였어요. ‘연결’을 핵심에 놓은 이 작품은, 다리가 단수이와 바리를 잇고 다툰산(大屯山)과 관음산(觀音山) 사이의 풍경과 마음까지 이어 준다는 깊은 뜻을 담아냈어요.



자전거를 타고 단장대교에 오르면, 이 세계적인 교량 위에서 단수이강 하구의 시선으로 단수이와 바리를 되돌아볼 수 있어요. 단장대교는 2015년 국제 설계 공모에서 건축 거장 자하 하디드(Zaha Hadid) 팀의 설계안이 낙점되어, 단탑 비대칭 사장교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지요. 교탑을 의도적으로 단수이 쪽으로 치우쳐 세운 덕분에 바리의 관음산과 아스라히 마주 보며, 하구의 시야 또한 막힘없이 고스란히 펼쳐져요.



단장대교는 교량 길이가 920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탑 비대칭 사장교예요. 자전거로 다리 한가운데에 다다라 안쪽을 바라보면 강 위를 오가는 배들과 단수이 시가지의 스카이라인, 바리 와쯔웨이 습지가 다툰산과 관음산의 겹겹이 포개진 산자락과 한데 어우러지지요. 바깥쪽을 바라보면 세계적으로 이름난 단수이의 노을이 눈앞에 펼쳐져요.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위런마터우(漁人碼頭)와 타이베이항(臺北港)의 찬란한 불빛이 차례로 무대를 밝혀와요.



단장대교를 건너 바리 쪽에 닿은 뒤 산책로를 따라가면 생태의 비경, 와쯔웨이 자연보호구역(挖子尾自然保留區)으로 들어설 수 있어요. 이곳은 단수이강 하구 좌안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습지로, 넓이는 약 30헥타르에 이르지요. 수필자나무(水筆仔)를 중심으로 완전하고 풍요로운 하구 생태계를 마주하게 돼요.


이 일대의 풍경은 초록빛 수필자나무 숲과 모래사장 위의 파란 작은 배가 가장 대표적이에요. 맹그로브 숲 외에도 날마다 바뀌는 조석 변화에 따라 말뚝망둥어(彈塗魚)와 흰발농게(招潮蟹), 따개비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요. 와쯔웨이는 북부의 손꼽히는 탐조 명소이기도 해서, 생태 관찰과 한가로운 산책을 함께 누리는 자연 속 비밀스러운 비경이에요.

와쯔웨이를 떠나 바리 좌안 자전거도로를 따라 나아가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시야가 활짝 열려요. 탁 트인 바리 좌안은 자전거도로와 나무 데크길이 어우러져 해안 공원과 드넓은 모래사장, 자갈 해변을 하나로 이어 주지요.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 ‘좌안 커피(左岸咖啡)’ 한 잔을 주문하고, 반짝이는 불빛이 켜진 단수이강의 밤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해 보아요.

